무용<귀향> 화려한 스펙터클에 갇힌 시(詩)와 춤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국립무용단의 신작 〈귀향〉(안무 김종덕)은 김성옥 시인의 동명 시를 바탕으로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지나간 시간과 회한의 정서를 풀어낸 작품이다. 서정적인 텍스트를 한국춤의 언어로 옮기려는 시도는 의미 있었지만 무대 위 결과는 다소 과하게 채워진 인상을 남겼다. 무용수들의 기량과 영상의 완성도는 뛰어났으나 그것이 작품의 내밀한 정서와 온전히 맞물렸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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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실제로 무대 위에서 단원들이 보여준 기량은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났다. 1장에서 3장으로 이어지는 서사의 흐름 속에서 무용수들은 탄탄한 테크닉과 앙상블을 뽐내며 객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흔들림 없는 신체 통제력과 에너지는 국립무용단이 가진 역량의 현주소를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훌륭한 춤꾼들이 모였다고 해서 그것이 곧장 극 전체의 미학적 성취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의 본질과 무용수의 움직임, 그리고 무대 미술이 어떻게 조율되는지가 관건인데 <귀향>은 이 지점에서 짙은 과유불급의 아쉬움을 남긴다.

작품의 막이 내린 후 남는 감상은 텍스트가 품은 묵직한 울림보다는 지나친 시각적 포만감에 가깝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불협화음은 무대 미장센, 특히 삼면을 에워싼 영상의 활용에서 비롯된다. 눈발이 날리고 다채로운 이미지가 쉼 없이 투사되는 영상 자체는 분명 감각적이고 압도적이다. 시각적인 완성도만 떼어놓고 본다면 세련된 화면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시각적 장치가 과연 극의 의도, 그리고 시의 정조와 어우러지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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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지난한 삶과 아들의 애틋한 감정은 때로는 비워진 무대와 무용수의 거친 숨소리, 미세한 근육의 떨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 오히려 비워냈을 때 춤의 본질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지나치게 강렬하고 맹렬한 시각적 자극을 앞세워 관객이 춤의 내밀한 호흡에 다가갈 틈을 앗아가 버렸다. 관객의 상상력이 개입해야 할 여백마저 미디어 아트가 모두 선점하고 규정해 버린 형국이다.

이러한 과잉의 흔적은 움직임의 언어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된다. 안무의 구성이 극의 서사를 묵묵히 끌고 가는 호흡이라기보다는 기교 중심 동작들로 채워진 인상이 짙다. 춤의 난이도를 뽐내는 무대가 아닌 바에야 서사성을 띤 무용극은 인물의 감정선에 맞게 동작을 덜어내고 내면으로 응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헌사와 삶의 회고를 표현하는 대목조차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도약과 테크닉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극적인 몰입이 번번이 단절된다. 잔잔하게 스며들어야 할 시적 감수성이 신체의 과시적인 역동성에 짓눌려 버린 것이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메시지와 실제 무대 위 움직임의 성격이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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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국립무용단의 <귀향>은 단원들의 훌륭한 기량, 장대한 무대 세트, 화려한 영상미를 아낌없이 쏟아부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춤이 스스로 침묵하며 여백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관객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묻어둔 고향과 어머니하는 존재를 온전히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무대에서는 과도한 시각적 자극과 기교의 나열을 걷어내고 춤의 순수한 호흡만으로 묵직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무용〈귀향〉 
2026.04.23.–04.26.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무용단 / 예술감독 및 안무 김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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