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감(窒息感)의 미학: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12인의 성난 사람들>, <미궁의 설계자@남영동>으로 보는 공간과 권력
공간은 권력이다. 인문 건축가 유현준의 도서 『공간 인간』에서는 지구라트 건축을 통한 공간과 권력의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무언가를 내려다보는 자리는 권력자의 자리다.* 둘째, 바라보는 시선이 모이는 곳에 위치한 사람은 권력을 얻는다.**
공간과 권력의 원칙을 무대극에 적용하면, 바라보는 시선이 모이는 곳에 위치한 사람은 무대 위의 배우다. 배우는 공연을 하는 순간만큼은 무대의 모든 것을 통제할 권력을 갖는다. 배우에게 주어지는 권력은 공연의 질과 직결되기에, 막이 내릴 때까지 그 권력은 절대적이다.
배우는 또한 무대 아래, 혹은 무대 맞은편까지 아우를 권력을 가진다. 그곳은 객석이다. 배우는 관객까지 통제, 혹은 연출하면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공연 중 제4의 벽(프랑스 D. 디드로가 주창. 무대는 하나의 방이 되어야 하고, 한쪽 벽은 관객을 위해 제거된 것뿐이며, 관객과 배우 사이엔 가상의 ‘벽’이 있다는 개념)을 먼저 깰 수 있는 건 배우뿐이다.*** 배우는, 공연은 무대라는 공간에 존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그러한 위압감은 관객을 작품 속으로 깊이 몰입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극 일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Ⅰ. 첫 번째 권력, 비좁은 극장 –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2025)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2025년 3월 11일에 개막해 6월 7일까지 공연했다. ‘나쁜 일은 항상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극은 제스로컴튼 프로덕션 원작이다. 2014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은 최고의 히트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에선 ㈜아이엠컬처가 기획하고 제작해 2015년에 초연했다. 극은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20여 년간 알 카포네가 점령한 도시,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의 661호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카포네 트릴로지>의 세 에피소드인 블랙코미디 <로키>, 서스펜스 드라마 <루시퍼>, 느와르 <빈디치>는 별개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세 이야기의 세계관과 인물들은 치밀하게 연결된다. 살인·고문·죽음·배신·증오·통제란 폭력으로 점철된 20여 년 간의 서사는 밀도 높고 촘촘하다. 극은 장르물로서의 자극에 충실하면서도 작품성과 주제 의식도 놓지 않았다.
렉싱턴 호텔 661호를 구현한 무대는, 백 명의 관객과 세 명의 배우만으로 꽉 찬다. 마주 보는 형태의 두 객석 사이에서 연기한단 점에서 무대는 지하철 좌석을 연상시킨다. 한쪽 벽엔 배우가 다니는 통로이자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기도 한 화장실, 침대, 반대편 벽엔 화장대와 옷장이 있다. 즉 실질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은 침대와 화장대 사이, 몇 걸음 걸으면 끝인 비좁은 통로뿐이다. 1열 관객들이 발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무대에서 배우들은 액션 연기를 하고, 춤추고, 뛰고, 무릎 꿇고, 고문을 하거나 받는 연기까지 하면서 몸을 던진다.

공간의 한계가 뚜렷한 무대지만, 서사의 폭발력은 한계가 없다. 그 폭발력은 비좁은 무대와 합쳐져 기묘한 아이러니를 만든다. 작품만으로도 흡입력 있지만, 공간이 주는 압도감과 독특함 또한 핵심 요소다. 백 명 안에 들어야 극을 볼 수 있단 것도 관객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며 흥행에 보탬이 됐다. 초연 <카포네 트릴로지>는 객석 간 간격 최소화와 불편한 공연 관람, 100석의 객석 수, 배우들이 관객 50cm 앞에 있단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즉 한정된 객석과 비좁은 극장, 그로 인해 밀집도가 높아진 상황이 작품의 권력이 된 것이다.
<카포네 트릴로지>는 네 번째 시즌이었던 2021년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도 공연됐다. 프로덕션과 제작진을 달리한 극은 대본 각색에서 원작을 더 많이 따랐으며, 연출 또한 연강홀에 맞게 재구성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리프로덕션된 극 또한 호평받았으나, 극장이 넓어져 몰입감과 극의 밀도감이 다르다는 평이 많았다.
소극장 극일지라도, 많은 작품이 위기 상황에 대비해 객석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거나 극장 측 인원들이 객석에도 상주한다. 하지만 <카포네 트릴로지>는 세 명의 배우와 백 명의 관객이라는 필수 인원만으로도 극장이 꽉 차기에, 배우가 필요시엔 극장 직원 역할 또한 해야 했다. 특정 관객의 몸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거나, 정신적으로 객석에 앉아 있기 힘들다고 판단될 때 배우들은 공연을 멈추고 해당 관객을 퇴장시키는 역할도 했다.
<카포네 트릴로지>처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벙커 트릴로지>의 경우에도, 배우가 공연을 중지시키고 관객 퇴장을 도운 사례가 있었다. (<벙커 트릴로지> 또한 제스로컴튼 프로덕션의 대표작이며, 한국에선 ㈜아이엠컬처가 기획하고 제작했다) 때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폐쇄적인 극장에선 비상시 배우가 공연을 멈추고, 관객을 돕는다. 제4의 벽은 이처럼 배우에 의해 무너지고, 배우의 손으로 다시 세워진다.
Ⅱ. 두 번째 권력, 객석의 온도 –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2025)

극단 산수유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서울 대학로 민송아트홀에서 2025년 5월 2일부터 5월 25일까지 공연됐다. 미국 시나리오 작가 레지널드 로즈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극은, 2016년 초연한 후 극단 산수유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원작은 레지널드 로즈가 살인 사건 배심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됐다.***** 한 소년이 친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이 열리고, 열한 명의 배심원들은 소년이 유죄라 평결한다. 하지만 단 한 명의 배심원만이 소년이 무죄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배심원 모두가 유죄를 주장하면 소년은 전기의자에 끌려가 사형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것이다. 8번 배심원, 즉 최초로 무죄를 가정한 배심원은 그래서 소년을 쉽게 유죄라 할 수 없다. 반면 자기 의견 없이 휩쓸리거나 귀찮단 이유로 토론을 빨리 끝내고 싶은 배심원들도 있다. 신념이 강력했더라도 사실 기반 객관적 정황엔 마음을 돌리는 이도 있고, 한 방향을 가리키는 실질적 증거가 여럿 있더라도 트라우마에 매몰돼 끝까지 감정에 기댄 주장을 하는 배심원도 있다. 이처럼 극은 다양한 인간 유형과 심리 변화를 다루는 토론극이자 군상극이다.
<카포네 트릴로지> 관객이 목격자로서 호텔 객실에서 발생하는 자극적인 사건을 관음한다면,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관객도 배심원으로 만든다. 극의 시간적 배경은 한여름이며, 공간적 배경은 에어콘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없는 좁고 폐쇄적인 배심원 대기실이다.
원작은 1950년대에 집필됐지만, 극단 산수유가 각색한 희곡은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 요소들이 여럿 포함됐다. 빨리 토론을 끝내고 야구 경기를 보러 가고 싶은 7번 배심원은 사업가다. 그가 판매하는 품목은 팬데믹 이후엔 마스크, 2025년엔 셀카봉이었다. 이처럼 시대 변화에 따라 작은 디테일은 달라지지만, 냉방이 안 되는 비좁은 배심원 대기실이란 공간은 절대적으로 고정됐다. 단순히 배경을 넘어 공간 또한 서사를 주도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무대 바닥의 흰색과 검은색 격자무늬는 체스판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열두 명의 배심원은 체스판의 말이다. 비좁은 배심원실은 권투 링과 흡사한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배심원장인 1번 배심원은 열쇠로 철제 난간을 두드려 경비를 부른다. 극 중 대사처럼, 무대는 돼지우리 또한 떠올리게 한다. 소년과 아버지가 사는 빈민가에 대한 혐오 발언과 함께 끊임없이 나오는 콧물을 휴지에 풀어 바닥에 던지는 10번 배심원은, 공간을 더욱 돼지우리로 만든다.
처음부터 답답하고 무더웠던 공간에서 연신 부채질을 하던 배심원들은, 소년의 죄를 가리는 토론이 격화되고 감정이 격앙될수록 흥분과 더위에 미쳐간다. 그들은 흐르는 땀을 닦고, 겉옷을 벗고, 경비가 준 얼음물을 생명수처럼 들이키며, 언어로 열기를 토해내면서 배심원실 온도를 올린다. 흥분으로 터질 것 같던 공간은 창밖으로 비가 쏟아지며 온도가 내려가고, 배심원들의 감정도 누그러진다. 이 시점부터 객석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전까지 꺼져 있던 에어콘이 이 장면을 기점으로 켜지기 때문이다.
극단과 극장은 이처럼 극 중 상황과 흡사한 환경을 일부러 연출, 객석을 통제하며 관객을 또 다른 배심원으로 만들었다. 관객은 무대 위 배심원들처럼 의견을 낼 순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답답함과 흥분을 피부로 함께 느꼈다. 환경이 열악한 소극장은 많다. 하지만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공연되는 극장은 유독 덥고 답답하단 평이 많았다. 실제로 객석엔 무대 위의 배우들처럼 겉옷을 벗거나 어깨에 걸치고 부채질하면서 보는 관객이 많았다.
작품 자체도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이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의 연기와 내공 또한 탄탄하다. 그와 별개로 이처럼 고도의 계산된 극장 환경 연출은 관객을 오감(五感)으로 몰입시켰다. 극의 내용과 적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연출이자, 온도까지 통제하는 치밀한 권력인 것이다.
Ⅲ. 세 번째 권력, 고통으로 쓰인 폭력의 공간 – 연극 <미궁의 설계자@남영동>(2025)

<카포네 트릴로지>와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비좁거나 답답한 극장에서 관객의 숨통을 의도적으로 조이며 권력을 행사했다. 이와 반대로, 탁 트인 개방된 공간에서도 관객의 목을 조여 오며 질식감을 유발한 작품이 있었다. 2025년 5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민주화운동기념관, 즉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공연된 <미궁의 설계자@남영동>이 그랬다.
연극집단 반의 <미궁의 설계자@남영동>은 민주화운동기념관 개관 기념으로 공연된 관객 이동형 장소 특정 연극이다. 작품은 2021년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 공모 최우수작을 수상한 후 2023년, 2024년에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두 시즌 공연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에선 1976년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한 건축가, 故 김수근을 모델로 한 주인공 양신호와 1986년 대공분실로 불법 연행된 대학생 경수, 2025년 다큐멘터리 감독 나은과 민주화운동기념관 해설사 미숙의 세 시간이 교차된다. <미궁의 설계자>는 여타 연극처럼 무대 위에서만 시간과 공간이 변하는 형태로 집필됐다. 하지만 민주화운동기념관 정식 개관 전, 작품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도 <미궁의 설계자@남영동>이란 제목으로 특별한 공연을 올렸다.
일반적인 무대극과는 달리 <미궁의 설계자@남영동>의 무대, 즉 옛 남영동 대공분실은 고정된 채 관객과 시간이 무대를 따라 움직인다. 회당 30여 명으로 한정된 소수의 관객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야외 테니스코트, 대공분실 철문 앞, 수용자들의 고문이 자행된 검은 벽돌 건물 앞, 검은 벽돌 건물 2층 직원실·3층 특수조사실·4층 예비실·5층 조사실(붉은 방, 즉 고문실) 복도·5층 고문실 안, 다시 검은 벽돌 건물 앞까지 이동하며 역사의 목격자가 된다.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배우들과 관객은 함께 이동한다. 배역이 없는 배우들, 즉 ‘응시자들’은 관객 이동을 안내하고 극의 진행을 돕는다.
탁 트인 테니스코트에서 정부 이인자 허일규를 만난 양신호는 검은 벽돌 건물 위로 올라갈수록 독재 권력과 공포에 굴복하며 남영동 대공분실이란 미궁을 설계한다. 간첩을 고문할 공간을 설계하란 허일규의 명령을 거북해하고, 소심하게나마 악을 거부했던 양신호는 건물 위로 올라가며 자기합리화의 덫에 걸린다. 그는 그리스 신화의 미궁 ‘라비린토스’를 설계한 ‘다이달로스’도 자신처럼 ‘미노스’ 왕의 명령에 미궁을 설계했을 뿐이라 말한다. 미궁에 갇힌 피해자들처럼 자신도 권력, 자기합리화란 미궁에 빠진 양신호는 5층 조사실에선 등장하지 않는다.
불법 연행된 수용자이자 피해자 경수는 위로 오를수록 피폐해지다 5층 복도에서 무릎을 꿇는다. 수십 년이 지나도 사그라지지 않는 양심과 고통에 괴로워하던 해설사 미숙은 5층에서 무릎 꿇은 경수를 괴롭게 바라본다. 가장 악랄한 공간엔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었다.

검은 벽돌 건물 5층은 정교하고 악랄하게 설계됐다. 자살 및 탈출 방지 용도로 사람 머리조차 못 들어가게 비좁게 설계된 창문, 방과 방끼리 마주 보지 못하게 엇갈리게 배치된 고문실들의 구조가 그렇다. 5층엔 1987년 1월 14일, 물고문을 받다 세상을 떠난 故 박종철 열사가 머물던 509호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응시자들의 안내를 따라 5층 복도에 일렬로 서는 관객들은 필연적으로 509호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는 방이기도 하지만, 응시자들은 손짓으로 509호를 가리키며 관객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 방을 봐야만 한다는 뜻이다.
관객은 응시자들의 안내에 따라 5~6명씩 비좁고 숨이 턱 막히는 고문실로 이동돼 수십 년 전 수용자들이 겪었을 공포를 그대로 느낀다.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사건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았던 故 김근태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녹음한 음성이 녹음기에서 흘러나온다. 고문 기술자들이 자신을 악랄하게 고문하며, 자식들을 다정스레 걱정했다는 내용의 목소리다.
탁 트인 야외에서 시작한 공연은, 건물 위로 올라갈수록 실제 물리적 공간도 점점 좁아지며 관객의 숨통을 조인다. 고통스러운 역사와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는 공포와 두려움, 부끄러움이 질식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사람 6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고문실에 들어갔을 땐 서사·감정·공포가 절정에 달한다. 관객과 눈을 마주치고, 극의 진행을 위해 때론 조용히 말을 걸며, 손짓과 표정만으로 관객을 이동시키는 응시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관객을 역사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권력을 행사했다. 양심과 부끄러움을 일깨우는 행위였다.
Ⅳ. 공간은 감상을 연출한다
극장에서 느끼는 질식감(窒息感)은 무대와 극장의 크기, 객석 간 간격, 극장 온도, 배우의 관객 연출과 통제,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공간이 주는 심리적인 압도감 등이 원인이다. 좁은 곳에 있으면 숨이 막힌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식이다. 하지만 무대나 객석이 좁지 않아도, 벽으로 사방이 꽉 막혀 있지 않더라도 숨은 막힐 수 있다. 질식감은 물리적인 요소보다 심리적 요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회당 적게는 서른 명(<미궁의 설계자@남영동>), 많게는 백 명(<카포네 트릴로지>)으로 제한된 관객 수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작품을 보고 싶어도 표를 구할 수 없는 관객들, 작품엔 관심이 없어도 연일 매진되는 광경을 호기심 있게 지켜보는 관객들 모두 ‘가질 수 없는 것’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걸 더 좋게 느끼는 건 인간의 당연한 심리다.
제한된 입장 인원, ‘과몰입’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1970년대~1980년대 국가 폭력이 자행됐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단 며칠간 공연한 <미궁의 설계자@남영동>, 작품 속 배심원들처럼 더위를 견디며 유·무죄를 가리는 걸 지켜본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관객)은 관객에게 극을 독점했단 착각까지 하게 하며 차원이 다른 집중도를 제공한다.
비좁은 공간, 한정된 입장 인원이란 핸디캡은 이처럼 메리트가 되기도 한다. 특수한 무대 상황에선 관객과 배우의 거리도 더 가까워지고, 배우의 연기력 또한 훨씬 빛을 발한다. <미궁의 설계자@남영동>에서 정해진 대사 없이, 큰 행동 없이 눈빛과 손짓만으로 관객을 안내하고, 극의 진행을 돕고, 때론 관객의 감정을 연출하며(검은 벽돌 건물 509호에서 故 박종철 열사가 머물던 방을 보라고 안내하는 장면) 연기한 응시자들이 그랬다.
연극의 4요소는 관객·배우·무대·희곡이라고 한다. 무대, 즉 공간은 배우의 연기를 구현하기 위한 곳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대라는 공간은 관객이라는 인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무대는 <카포네 트릴로지>, <12인의 성난 사람들>, <미궁의 설계자@남영동>처럼 관객에게 물리적·심리적인 압박감을 함께 제공하며 서사의 진행을 능동적으로 이끌어간다. 그러한 통제는 배우, 극장 측 인원들과 연출을 비롯한 제작진들, 심지어 관객 스스로 이뤄지기도 한다.
따라서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질식감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적당한 질식감은 작품에 적극적으로 몰입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극장에서의 공간 또한 작품의 주인공이다. 따라서 공간은 권력이다.
글/ 공연예술평론가 이진
*유현준, 『공간 인간』, 을유문화사, 2025, 118쪽.
**유현준, 앞의 책, 120쪽.
*** “제4의 벽”, 두피디아, <https://www.doopedia.co.kr/mo/doopedia/master/master.do?_method=view2&MAS_IDX=101013000704602> (2026년 4월 7일 접속)
**** “카포네 트릴로지”, NOL 티켓 홈페이지, 2015,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15006333> (2026년 4월 7일 접속)
***** “레지널드 로즈”,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EB%A0%88%EC%A7%80%EB%84%90%EB%93%9C_%EB%A1%9C%EC%A6%88> (2026년 4월 7일 접속)
【참고문헌】
1. 단행본
유현준, 『공간 인간』, 을유문화사, 2025.
2. 웹사이트
“제4의 벽”, 두피디아, <https://www.doopedia.co.kr/mo/doopedia/master/master.do?_method=view2&MAS_IDX=101013000704602>.
“카포네 트릴로지”, NOL 티켓 홈페이지, 2015,<https://tickets.interpark.com/goods/15006333>.
“레지널드 로즈”,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A0%88%EC%A7%80%EB%84%90%EB%93%9C_%EB%A1%9C%EC%A6%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