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연극 플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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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90분은 OK, 내 옆은 5분도 NO. 1947년 블랑쉬 뒤보아도, 2026년 플리백도 섹스로 관계를 메우려는 방식은 놀라울 만큼 닮았다. 자기 파괴적 섹스, 이 병은 시대도 국적도 못 고친다.
– 공연평론가∙연극학 연구자 홍서아
피쉬앤칩스를 한 가운데 놓고 푸짐하게 차린 한국식 구첩반상. 작은 무대 위 의자 하나, 한 명의 배우로 담백하게 채우던 이야기가 빛과 영상, 몸짓과 감정을 얹더니(7.15 회차) 음향과 소품까지 꽉 채워 일인다역 모노”드라마”로 탈바꿈했다(8.5 회차). 상차림이 달라지며 구도 또한 플리백의 내면에서 그를 둘러싼 세계로 넓어졌다. 아직 스탠드업 코미디가 뿌리 내리지 못한 땅에는 이쪽이 맞겠지만, 좀 더 밀어붙여 봤어도 좋았을 듯싶다.
– 공연예술평론가 박효경
섹스와 농담, 자기혐오와 회피 사이를 종횡하는 플리백의 말은 일관성을 잃은 것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분산시키는 말에 가깝다. 기니피그의 죽음은 그 회피의 회로를 조금이나마 끊어놓고, 여자는 객관적으로는 최악이지만 자신에게는 가장 아픈, 동시에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을 한다. 수미상관으로 되돌아온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처음과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아주 조금 다르다. 플리백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플리백이라는 자기 자신을 잠시 바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그 미세한 이탈이 이 극의 유일한 출구다. 그리고 띱의 김규남은 잠시 잊어도 좋다. 여기에는 무대 위의 김규남만이 있을 뿐이다.
-공연∙뮤지컬 평론가 김소정
연극〈플리백〉
2026.06.19.–09.06.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브러쉬씨어터 / 작 피비 월러 브리지(Phoebe Waller-Bridge) / 번역∙윤색 조민형 / 연출 류주연 / 드라마트루기 김소연
